10대 자주 까먹음 안녕하새요 고2 남학생입니다 요즘 들어 저꾸 하려는걸 까먹고 그 외에도
안녕하새요 고2 남학생입니다 요즘 들어 저꾸 하려는걸 까먹고 그 외에도 자주 까먹는데 왜 그런걸까요
자꾸 깜빡깜빡하는 나,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요?
안녕하세요. 당신의 마음 곁을 지키는 심리케어 365 대표 상담사 이준형입니다. 무언가 하려고 일어섰는데 뭘 하려 했는지 잊어버리고, 방금 들은 말도 돌아서면 가물가물해질 때, ‘혹시 나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마음이 쿵 내려앉으셨겠어요.
고등학교 2학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를 보내고 있는데 자꾸만 깜빡하는 자신 때문에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겪고 있는 증상은 고등학생 나이라면, 특히 우리나라의 고등학생이라면 정말 많은 친구들이 경험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거든요.
질문자님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질문자님의 ‘뇌’가 너무나 많은 일을 하느라 지쳐서 보내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뇌를 컴퓨터라고 한번 생각해 볼까요?
1. 뇌의 과부하 상태 (컴퓨터로 치면 '메모리 부족') 고2 학생의 뇌는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컴퓨터 중 하나일 거예요. 학교 공부, 쌓여있는 숙제, 다가올 시험, 대학 입시에 대한 고민, 친구 관계, 장래 희망 등… 수많은 생각과 정보들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죠. 컴퓨터에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띄워 놓으면 버벅대고 느려지는 것처럼, 우리 뇌도 처리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아지면 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사소한 기억들(예: '물 마시러 가야지')을 놓치게 되는 겁니다.
2. 만성적인 수면 부족 (컴퓨터로 치면 '정리할 시간 부족') 우리가 잠을 잘 때, 뇌는 낮 동안 입력된 단기 기억들을 장기 기억으로 옮겨 저장하는 중요한 파일 정리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그렇듯 잠이 부족하면, 뇌가 이 파일 정리를 제대로 할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애써 공부한 내용이나 기억해야 할 것들이 차곡차곡 저장되지 못하고 쉽게 사라져 버리는 거죠.
3. 스트레스와 불안감 (컴퓨터로 치면 '바이러스 침투') 학업과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는 우리 뇌에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킵니다. 이 호르몬이 과도하게 나오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라는 부분의 기능을 떨어뜨려요. 마치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시스템을 느리게 만드는 것처럼, 스트레스가 뇌의 정상적인 기억 활동을 방해하는 겁니다.
4. 디지털 기기의 영향 (잦은 멀티태스킹)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인강을 보다가 친구의 메시지에 답하고, 또 잠깐 SNS를 확인하는 등 뇌를 쉴 틈 없이 여러 작업 사이를 오가게 만듭니다. 이런 멀티태스킹은 깊은 집중을 방해해서, 정보가 뇌에 제대로 입력되는 것 자체를 막아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지금 당신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너무 자책하기보다는, 지친 뇌를 도와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메모하는 습관: 기억력에 의존하기보다 ‘기록’에 의존해 보세요. 해야 할 일, 준비물, 떠오른 생각 등을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작은 수첩에 바로바로 적는 겁니다. 뇌의 부담을 덜어주는 아주 스마트한 방법이에요.
뇌에게 휴식 선물하기: 공부하는 중간중간 5분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듣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뇌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몸을 움직여주기: 쉬는 시간에 가볍게 복도를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 몸을 움직여주면 뇌로 가는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머리가 맑아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충분한 영양 섭취: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고, 견과류나 등 푸른 생선처럼 뇌 건강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 겪는 건망증은 당신이 게으르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기를 온몸으로 통과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많은 친구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또 슬기롭게 이 시기를 헤쳐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하지만 만약 이런 깜빡하는 증상이 학업에 큰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거나, 계속되는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이 함께 느껴진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주변의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혹시라도 이런 고민들을 편하게 털어놓을 곳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저에게 이메일이나 지식iN 쪽지를 보내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이 힘든 시기를 함께 헤쳐나갈 든든한 어른 친구가 되어드리겠습니다.